집값의 미래를 보려면 전셋값 폭등史부터 기억하라
요새 밥상머리에만 앉으면 다들 전세 제도 얘기를 하지요.
온 국민 관심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세 제도는 주택 가격 일부를 보증금 형태로 내고
일정 기간 거주한 후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형태의 제도입니다.
월세를 안 내지요.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이면서도
아주 독특한 주택임대차 제도입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죠.
남미 볼리비아의 안티크 레티 코 제도 정도가 있을까요.
고도성장기엔 인구와 소득이 크게 늘어납니다.
자연히 주택 수요가 급증합니다. 개
발도상국의 경우 성장기에는 자금이 늘 부족한데,
이를 산업개발로 돌리고자 주택 대출을 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리 또한 상당히 높은지라 대출을 받아도 감당하기 어려웠지요.
이 가운데 탄생한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말인가요?
전세 제도는 임대인이 주택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금융 비용 없이 마련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임차인은 거주를 희망하는 집의 절반 정도 값에
이자 비용 없이도 실거주가 가능해지고요.
이러한 전세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책된 것은 1970년대.
그 뒤로 총 네 차례 전세 시장 폭등이 있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마지막 폭등은 지금 겪고 있는 임대차 3 법의 후폭풍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전세 시장 폭등사(史)로 들어가보겠습니다.
◇1차 급등기(1987~1990년)
3저 호황에 따른 경기 과열과 수요 급증이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했지요. 연간 경제성장률은 10%가 넘었고, 소득이 급상승한 데다 국제수지도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유동성이 고스란히 주택과 토지 시장으로 흘러가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1990년 당시 주택보급률은 72.4%.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전셋값 폭등을 더욱 부추겼지요. 1기 신도시 입주를 준비하는 일시적 대기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전세수요가 급증했고요.
실제로 1987년 1월부터 전세 가격 상승의 정점인 1990년 4월까지 40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은 78.5%, 전세 가격은 113.5%나 상승합니다. 40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두 배 이상 폭등합니다.
1990년 당시 우리나라 주택 호수는 716만 386호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태우 정부는 200만 호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전체의 27.8%에 달하는 주택이 새로이 공급된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물량 공급이었지요. 집값과 전셋값 폭등은 그제야 진정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주는 것은, 집값을 잡기 위한 근본적 해법은 첫째도 둘째도 공급량 증가라는 사실입니다.
◇2차 급등기(1999~2002년)
IMF 외환위기 이후 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초래됐습니다. 공급이 급감하니 전셋값이 급등해버렸지요.
우선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진 이래 전세 가격과 주택 가격은 빠르게 하락합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997년 9월부터 급락해 1998년 6월까지 31.8%나 빠집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7.1%나 하락했고요.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 들어 사정이 달라집니다. 이 기간 급감한 주택 공급량과 정부 주택경기 부양 대책, 실직과 파산에 따른 자가 거주자의 전세 전환 등으로 1999년부터 폭등 양상이 재현됩니다.
1999~2002년 4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77.4%, 전셋값은 94.3%가 폭등해버린 것이지요. 이 또한 공급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해줍니다.
◇3차 급등기(2011년)
앞선 두 차례 급등기와는 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공급량이 충분한 상태였거든요. 시장 침체에 따른 매매 위축으로 전세수요가 늘어나자 일어난 현상입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지더니, 2011년 유럽 재정위기까지 더해져 시장은 이내 급랭기로 접어듭니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줄고,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져 버렸지요.
실제로 서울 집값은 5년 정도 줄곧 하락세를 보입니다. 실수요자조차 주택 구매를 미루니까 전세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금리마저 지속되자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전세주택 공급이 감소하니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2011년 한 해에만 전셋값은 13~14% 상승, 지방 아파트 값은 무려 18.6%나 급증하게 됩니다.
여담으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집 산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한심하게 쳐다봤습니다. 계속 내릴 게 뻔한데 왜 사냐는 거였지요. 그러나 이 시기 상승장에 배팅한 이들은 현재 상당수 부자가 돼 있습니다. 격세지감이지요.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3차 폭등 이후
10년이 흐른 2021년
대한민국 전세 시대는 사실상 종언을 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文정부의 23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 실패,
역대 최악이라 할 임대차 3 법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윈윈'할 수 있게 해 주었던
이 착한 제도의 산소 호흡기를 강제로 떼 버렸기 때문입니다.
가만히만 두었어도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좌우지간,
지금까지 살펴본 전셋값 급등 사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부가 촉발시킨 전셋값 폭등은 주택 공급량을 대량으로 늘려야지만 해소될 것이고,
그러지 않고서야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과 시름은 나날이 깊어지리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 정부는 그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시절이 참으로 하 수상합니다.